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활용하는 새로운 군함 건조 방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한미 방산 협력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건조한 뒤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 거론되면서 조선·방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가운데, 미국 현역 하원의원이 건조 비율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75~80%는 한국에서 건조 가능"

미국 랜드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워싱턴에서 공동 개최한 '한·미 조선 및 해양혁신 파트너십' 포럼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역할을 분담하는 새로운 군함 건조 방식이 소개됐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선박의 약 75~80%를 한국에서 건조한 뒤 미국이 이를 구매해 자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대형 선체 제작과 생산 능력을 활용하면서도 미국 내 최종 조립과 시험 운항을 수행하는 협력 모델입니다.
그동안 국내 방산업계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방식이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미국 정치권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분산형 조선' 모델 주목
포럼에서는 이른바 '분산형 조선(Distributed Shipbuilding)' 개념도 함께 소개됐습니다.
이 방식은 선박의 각 블록과 주요 구조물을 여러 국가 또는 지역에서 제작한 뒤 최종 조립은 미국에서 수행하는 형태입니다.
랜드연구소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이 생산 효율성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방산산업에서는 여러 국가가 부품을 분담 생산하는 방식이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화디펜스USA 측도 대표적인 사례로 F-35 전투기를 언급하며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만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소개했습니다.
한국 조선업 경쟁력 재조명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건조 능력과 대형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군함 건조 기술 역시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해외 방산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산 속도와 품질,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미국이 부족한 조선 생산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노후 함정 교체와 해군력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소 생산 능력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법적 장벽
하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의 번스-톨레프슨(Burns-Tollefson) 법입니다.
이 법은 군함의 선체나 주요 구조물을 해외 조선소에서 제작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 역시 선박 블록 단위의 구조물도 주요 구성품으로 해석하고 있어 현재 법률만으로는 한국 건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예외를 승인할 수 있는 규정은 남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권한을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 의회에서는 이러한 예외 권한을 축소하거나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과 정치적 변수도 존재

법률 문제 외에도 미국 내 정치적 이해관계 역시 중요한 변수입니다.
현지 조선소 노동조합은 해외 건조가 확대될 경우 미국 내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 조선소를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아미 베라 의원도 이러한 노동조합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언급하며 법률보다 더 복잡한 정치적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방산 협력 확대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당장 군함 공동 건조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미 방산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조선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 정부와 의회의 법·제도 변화, 양국 간 안보 협력 방향, 방산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실제 공동 건조 사업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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